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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이유

팔방미인 이래 2016. 4. 16. 06:07

9월 2일자 교육과학부 보도자료에 "학교교육내실화를 위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방안"이 공개되었다. 교원능력개발평가관리위원회를 통해서 집중연수 대상자를 선정하고 강제 연수를 부과한다고 한다. 현재 1,500개의 시범학교를 늘리고 내년 2010년에는 교원평가를 전면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교원평가 관련법안이 통과되는 것과 상관없이 강행한다고 한다. 전교조는 국가가 괴물같은 평가 체제를 통해 교사를 통제할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반대하고 있는데.......

 

반대의 이유를 아래와 같이 븥여 본다. 06년 11월 다음 아고라 교육토론방 글입니다.

 

전교조 대전지부 정책실장의 글

 

교육부가 3월말에 발표하려다가 잠깐 기다려 준 뒤 현재는 발표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는 ‘교원평가제’ 시안(이하 ‘교육부 시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교원평가제 실시 목적은 (어디까지나)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교사의 수업 전문성 신장”이다. 그러므로 수업활동 평가에 국한한다.

둘째,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교장, 교감, 동료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모두 참여하는 다면평가 형식이다. 동시에 교장·교감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셋째, 평가 결과 우수교원에게는 해외연수 등 인센티브를 주고, 능력개발 필요교원(지도력부족교원)의 경우는 ‘능력향상 연수과정(나머지공부)’를 실시한다.


얼핏 보면 매우 그럴 듯한 논리와 정합성을 갖추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치·경제학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국민의 73%(교육부 자체 의뢰 설문조사는 83%)가 교원평가에 찬성한다니, 교원평가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딱 세 가지 이유를 들어 현재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새로운 ‘교원평가’에 반대한다.

 

하나는 교육부 시안 자체가 논리적인 허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고,

다음은 정부가 교원평가제를 실시하려는 의도와 배경이 지극히 불순하고 악의적이며,

마지막으로 만약 현재의 시안대로 교원평가제를 강행했을 경우 학교 현장이 어떻게 황폐화 될 것인지 너무도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교육부 시안의 허구성 3가지를 지적한다.

1. 현행 근무평정과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교사평가 제도인 근무평정을 그대로 두면서, 또 하나의 평가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데, 근무평정은 상대평가(수20%, 우40%, 미30%, 양10%)이고 비공개이지만, 새로운 교사평가는 절대평가이며 본인에게 통지되므로 공개이다. 근평 등 승진제도의 개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교사들의 불만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시든 당근에 불과하다.

2. 1일 공개 수업 형태를 주요한 평가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매년 수만 명의 교사들이 공개수업(연구수업)을 해왔지만, 수업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연구수업은 보여주기 수업으로서 형식화될 뿐, ‘수업 전문성’ 신장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자율 연구풍토 조성 및 여건 개선을 위한 대책은 그 어디에도 없다.

3. 현재의 시안은 능력개발필요교원(부적격교원)을 제대로 가려 낼 수 없다. 연 1회 공개 수업만으로 능력개발 필요교원을 가려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적격교원은 주로 성추행, 상습 폭력 및 도박, 금품 수수 등 부도덕한 교사를 말하는 것이지, (보여주기) 수업을 잘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잘 다루지 못한다고, 입시경쟁교육에 다소 둔감하다고, 학교장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부적격교원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둘째, 정부가 교원평가제를 실시하려는 의도와 배경이 지극히 불순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

교육부가 밝히고 있는 ‘교원평가제’ 도입의 근거는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및 최근의 학업성적 조작 사건 등으로 실추된 공교육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중심에 있는 교원들의 역할인데, 요즘 선생님들이 스스로 신뢰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한번 냉철하게 짚어보자.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이 붕괴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심각하게 왜곡되고 파행에 이르게 된 것이 과연 누구의 탓인가. 잘못된 교육정책의 실행을 학교 현장에 강요한 정부(교육부)의 탓이다. 정부는 학벌숭상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하여 과열 입시경쟁 체제를 공고히 하고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현장의 교사들에게 그 충실한 시녀 역할을 강요해 왔지 않은가. 그런데도 교육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교육정책의 실패를 교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정부는 교원평가제 실시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수업의 전문성 신장’이며,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평가관리를 인사관리에 활용하지 않겠다.”라고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진한 사람은 거의 없다. 진정 교육부가 교원평가를 제대로 실시하고자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솔직히 밝혀야 한다. 새로운 교원평가는 신자유주의 인사관리 정책인 ‘노동유연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신자유주의 교원노동유연화관리방식은 95년 5.31 교육개혁안 발표 이후 급속도로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정규교원을 적게 뽑고(현재, 법정정원 계속 추락) 비정규직 교원을 확대하는(사립은 약 20%) 수량적 유연화 정책과, 정규교원의 노동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복수전공제, 부전공제, 순회교사제를 확대하는 기능적 유연화 정책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왔다. 유연화 정책의 완성은 성과급등 보수체제의 전면개편과 계약제로 대표되는 자격제의 변화다. 현재 교원평가제는 보수와 자격개편의 전면화를 위한 반드시 필요한 도구일 수밖에 없다.

셋째, 만약 교원평가제가 이대로 시행된다면 학교현장은 황폐화될 게 뻔하다.
교육부는 주로 영국,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들면서 교원평가제가 마치 시대적 흐름이자 역사의 정방향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북유럽 등 보다 선진화된 나라들에서는 영·미·일 식 교원평가와 같은 개념이 없다. 학교는 단순히 효율성과 성과우주의 기업경영의 원리로 자리매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바탕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나라가 꼭 신자유주의의 본고장인 영국, 미국이나 독도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사례를 본받아야 하는가. 더군다나 그 나라들조차 교원평가를 승진, 보수 등에 연동한 정책이 이미 실패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으며, 해당 국가 교원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교원평가제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학교 현장에서 협력적 교육활동은 거의 자취를 감출 것이다. 교사들은 인기에 영합하는 연예인이 되고 말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을 친절하게 돌보거나 진지하게 상담하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르치는 일을 조금씩 포기할 것이다. 왜냐 하면 오로지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점수 따기 교육과 ‘보여 주기 수업을 위한 기술’ 연마에만 매진하기를 강요받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투명 유리창 안에 갇힌 쥐새끼들처럼 감시당하고 서로 물어뜯게 될 것이다.

교육에 효율과 성과 등 계량화된 경쟁 기제를 도입해서 질적 제고를 꾀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무엇보다 평가는 학교발전을 위한 전략적 맥락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평가의 초점은 교사 개인에게만 전적으로 맞추어져서는 안 되며, 전체로서 학교에 평가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부와 정부는 이제까지 투자 없이 ‘손 안 대고 코 푼’ 교원정책을 반성하고 실질적으로 교원의 전문성을 위한 기초로서 교원양성과 임용체제를 획기적으로 재정립하고, 현장에서도 지속적인 연구와 연수가 가능하도록 자율연수 체제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성추행, 폭력, 상습적 금품수수 등 죄질이 나쁜 교사는 교원평가와는 별도로 징계 강화 등 대안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교육부는 둘 중 하나를 분명하게 선택하여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교사를 전문직--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은 계량화 방식으로 아무렇게나 평가할 수 없다!--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고백하던지, 아니면 공교육정상화 및 교원 양성, 임용, 연수제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드니까 그냥 손쉽고 저렴한 교원평가제를 밀어붙이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정리/하얀새

출처 : Albatross
글쓴이 : 하얀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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